영화에 대한 다른 질문, 『클로버필드』

영화에 대한 다른 질문, 『클로버필드』

영화가 끝나고 주위에서 불만 가득 섞인 말이 들렸다.

뭐야? 끝난거야? 이게 모야? 이게 영화야? 어쩌라고?

뭐 어쩌겠는가. 영화다. J.J.에이브람스라는 타고난 영화 장사꾼이 기획한 이 영화 <클로버필드>는 작은 HD핸디캠으로 찍은 SF괴수영화다. 뉴욕 맨하탄이라는 거대 도심에 갑자기 괴물이 나타나 닥치는대로 빌딩을 부수고 사람들을 죽인다. 좀비같이 생긴 이상한 작은 괴물들도 마구 내뿜는다.

영화 자체가 한 남자가 찍은 캠코더의 기록이라는 설정으로 구성되어있다. 영화 중간중간에 시간대가 다른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이 괴수가 출현한 그날보다 훨씬 이전에 촬영한 장면들로, 요컨대 괴수가 등장한 날 그 살벌한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촬영한 테잎은 이미 촬영된 테잎 위에 덮어씌워진 것이라는 설정인 것이다. 꽤나 독특한 설정 덕분에 시간대가 엉켜있음으로 인해, 묘한 이중경험을 가능케 해준다. 또한 무지막지하게 흔들리는 카메라는 스릴감넘치는 현장감도 느끼게 해준다. 그 흔들림마저 한 남자가 괴수로부터 쫓고 쫓기는 가운데 뛰어다니다가 흔들거리는 화면이라는 설정이기에, 억지 스타일으로서의 기교가 아닌 자연스러운 리얼리즘적 스타일로 다가온다.

이 울렁거리는 현장감! UCC시대에 걸맞는 질문을 다시 재기한다. 이것도 영화야. UCC가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일수도 있어. 단, 오직 극장에서! 제목도 이 영화의 형식 그 자체와 잘 어울린다. cloverfield는 아무 의미없는, 이 영화를 만든 제작사가 위치한 동네의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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