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어도 해피엔딩』에서의 386지식인 풍자

「죽어도 해피엔딩」, 2007
연출 강경훈,
출연 예지원, 임원희, 조희봉, 정경호, 박노식, 장현성, 우현, 리차드 김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의 한국 리메이크판으로, 각색도 잘되었고, 잘만들어진 오락영화다. 장르적 혼합도 잘 된 편이고, 극적 긴장감도 잘 살아있고, 유머도 참 재밌다. 특히 교수(정경호)의 유머가 참 독특하고 재밌는데, 이 사람은 철학과 교수로서 소위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스펙트럼에 놓인 지식인이다. 교수가 "탈근대", "노마디즘", "파시즘", "전근대주의" 이런 수사를 남발하며 자기 지식을 과시하는 캐릭터인데, 이 지식인에 대한 조소가 참 재밌었다. 386세대 지식인으로 이런 입만 살은 인간들이 참 많은데 그런 것에 대한 풍자로 잘 표현됐다. 물론 코미디 영화에서의 이런 소재가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과도하다 싶은 측면이 있지만, 뭐 마음이 뒤틀릴 정도는 아니다. 이 캐릭터가 여배우(예지원)와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여기에 형사(장현성)나 영화감독(박노식), 산타클로스 도둑(우현)에 매니져(임원희)까지… 각각의 캐릭터가 모두 잘 살아있는 영화다.
이 영화가 망한 건 순전히 흥행배우가 없다는 점과 마케팅, 그리고 독과점구조 때문인 것 같다. 충분히 잘 만든 영화인데… 아무튼 예지원 캐릭터는 참 적절하고 어울린다. 한국영화계에 저런 캐릭터는 예지원 뿐인 것 같다. 참 독보적이고 재밌는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