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청소기

머리가 깨져버릴 것만 같았다.

잠이 들 수 없을 것만 같았고, 저녁식사로 먹은 라면 때문에 속은 더부룩했고, 눈은 건조한 나머지 타들어갈 것처럼 말라있었고, 밤은 너무 싸늘하게 조용했고, 그럼에도 창문을 활짝 열고있지 않을 수 없었고, 지나간 기억들 중 불행한 일들만 자꾸 떠올랐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 없이 영화나 보고 책만 읽다가 하루를 보내야한다는 예측이 결코 벗어날리 없다는 생각에 우울했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많은 관계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 때문에 받았던 내 상처를 기억하는 것 때문에 슬펐고,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당장 내 욕심만큼 채워주는 영화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사실 때문에 슬펐으며, 그 욕심의 정체가 무엇일지 알 수 없어서 아리송했고, 지난 저녁 울랄라빈대떡에서 했던 무수한 말들이 생각나지 않아서 어지러웠고, 나는 또 무슨 이야기를 한 것인가 생각하다가는,

결국, 그러나, 나는 잠에 들 수 있었다. 아침이 되어 잠시 눈을 떴을때, 아침이 너무 땡큐해서 소변을 참으며 또 잤다.

엄마가 청소기로 나를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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