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대한 해석

덴고는 말을 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살아가는데 지쳤어요.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데도 지쳤습니다. 내게는 친구가 없어요. 단 한 사람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해요. 왜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가. 그건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그런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거예요. 내가 하는 말, 알아들어요?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는 없어요. 아니, 그게 아버지 탓이라는게 아니에요. 생각해보면 아버지도 역시 그런 피해자 중 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죠. 아버지도 아마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잘 몰랐을거예요. 안그래요?"
아버지는 침묵 속에 틀어박혀있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였다. 덴고가 말한 것을 그가 얼마나 이해했는지, 표정으로는 알 수 없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1Q84 : BOOK2 7月~8月』, p211
그러나 나의 아버지는 이런 낯뜨거운 해석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지나치게 시니컬하고 증상적인 사람이어서, 말과 행위의 불일치의 간극을 보다 더 장대하게 간극적인 것으로 넓혀오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이다. 아마도 그건 그가 지나치게 많이 상처받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렇게 이해하기로 했다. 그게 가장 이해가능한 해석이다. 그러나 앞으로 아주 오랜 세월동안 나와 그는 이 해석을 공유하지 못할 것이다. 엄청 많은 시간이 필요해졌다. 그러나 시간이 우릴 기다려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