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인 거주지에서의 사죄
고되고 어두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며칠째 밤이 계속 되고 있었다.
예하부대 X대대의 모범병사 이은X 병장은 자신의 거칠디 거친 생활에 대해 하소연을 쏟아놓았다. 우리는 아주 늦은 밤, 아무 불빛도 없는 암흑 속 깊은 참호 속에 몇 시간째 대기 중이었다. 아무 소리없이 대대장이 나타나 왜 교대시간이 되었는데 계속 이곳에 있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교대자는 몇시간째 오고있지 않으며 무선상태는 계속 송신불능이라고 말했다. 그는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사라졌다. 뒷짐을 지고.
어느덧, 결국, 며칠만에 새벽이 다가왔고 그제서야 이은X 병장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막사로 돌아갔다. 그는 다리를 심하게 절뚝거렸다. 그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어느덧 나는 본부 막사 안에 있었는데, 취사병들, 그리고 시월군번 말년병장인 김성은씨와 박은성 병장과 함께였다. 우리들이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때, 통신병인 용상이가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는 굉장히 화가 나있었고, 자신의 친지를 계속 찾고 있었다. 왠일인지 동원X장과 함께 있었다. 그러자 이재호 병장과 박은성 병장은 말다툼을 시작했는데, 대략 그들의 말년생활의 편함이 누구에게 더 적합하며 누가 더 편한 말년생활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들이 그 말다툼을 듣고 있을때, 용상이는 더 화가 난 것 같았다. 나는 그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되었지만 싸움을 말려야했다. 나는, 이제 가는 마당에 알게 뭐냐며 그들을 타일렀다. 박은성 병장은 불같이 화를 냈다.
어느덧. 아마도 기동X대일 것이 확실한데. 용사식당 같은 곳에 있었다. 실제로 나는 그곳에 간 적이 한번도 없었지만, 거의 그곳임을 확신한다. 우리 중대장과 나는 기동X대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함께 있던 병장 임호균(실제로 그런 사람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분명 실제에서 스쳐지나간 이름일 것이다.)은 기동X대란 원래 우리 연대의 불모지이며 그곳에서의 생활은 처절했다고 추억했다. 나는 벌판에 서있는 것처럼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어느새 벌판에 서있었다. 나와 은교. 그리고 한X균 중사가 함께 있었다. 은교는 돌맹이를 던졌다. 반대편 건물 벽을 향해. 나는 그 부질없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말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은교가 던진 돌이 부딪히는 낡은 아파트 건물은 아랍인들의 거주처였다. 그러자 갑자기 아파트 곳곳에서 아랍인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나는 신속하게 달려가 은교를 보호하고 숨게하였다. 그리곤 두 팔을 벌리고 무릎을 꿇으며 그들에게 사죄했다. 내 동생의 섯부른 신경질은 당신들을 향한 공격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은교를 타일렀다. 중대장, 한X균 중사와 함께. 아랍인들은 이내 화를 풀었다. 은교는 계속 울었다.
화가 나서 울며 친지를 찾던 용상이는 결국, 통신장비를 이용해 친지를 찾을 수 있었다. 친지의 위치를 물으며 말하길, "뭐? 1대대라고? 좋아 씨발. 갈께! 기다려!"라고 소리치며 끊었다. 그리곤 뛰쳐나갔다. 동X과장이 다시 등장해서 그가 메고 있던 가방과 당직X령의 완장을 뺏어갔다. 구경하던 우리들 모두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왁자지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