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큐브에서 를 보았다

모두 봤다시피 비가 엄청나게 왔다. 광화문 거리를 걷는데 비가 무릎까지 차서 헤엄치듯 거리를 건너야 했다. 광화문역은 완전히 물에 잠겨서 아수라장이었고, 씨네큐브 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완전히 폭포였다. <옥희의 영화>를 씨네큐브에서 봤다. 엄청난 영화인지는 잘 모르겠고, 좋은 영화임은 확실하다. 너무 기대를 많이 했나보다. 구조가 담지하는 바가 워낙커서 좀 더 많이,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이선균과 문성근, 정유미의 연기 모두 훌륭했고 인상적이었다. 홍상수라는 바다를 만나서 맘껏 뛰어노는 돌고래들 같았다.

이 영화가 갖는 현장성과 즉흥성은 가히 아름답고 영화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가 지금보다는 좀 더 많아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두가 이렇게 만들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어쩄든 나도 이렇게, 그가 한다는 방식처럼 영화를 찍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다면 어떤 영화가 나올까? 왠지 지금보단 나을 것 같다.
<옥희의 영화> 속 네 편의 영화들 중 네번째 '옥희의 영화'의 마지막 내레이션을 생각해보자. "배우 해주실 분은 최대한 원래 모델이 된 분과 비슷한 인상의 분을 선택했습니다. 그 비슷함이란 한계 때문에 제가 원래 보고 싶었던 붙여놓은 두 그림의 효과를 절감시킬 것 같습니다." 갑자기 말하는 자는 '옥희'가 되어버리고, '옥희'는 갑작스레 바깥으로 나와서 모든 것들의 '극소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게 영화의 '한계'에 대한 한탄일수도 있지만 이 한탄을 그냥 단순한 자조 섞인 한탄으로 들어선 곤란하다. 진리의 차원을 식별해내려는 고군분투의 노력으로 보는게 더 합당해보인다. 물론 확실히 그렇게 보도록 만들었기에 이 영화가 애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