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항의

소심한 항의

중랑경찰서 방범순찰대에 근무중인 스물네살의 한 의경이 양심선언을 하며, 휴가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그의 용기에 경외심을 느끼며, 나의 방법적 비겁함에 혐오감을 느낀다.
비겁한 내 정신에 항의한다.

네이버 뉴스에서 그의 사진을 봤다.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이었다.
도처에서 깃발과 깃발들 사이에서 우린 몇번이고 마주쳤었으며, 인사도 나누었던 사이임이 틀림없다.
세상은 쉴새없이 그를 억압하고 난도질하고 비난할 것이다.
개인의 슬픔과 좌절에 대해 어떤 자비도 보이지 않는 잔인한 세상에,
소심한 키보드질로서 항의한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게 저항하고 있었고, 난 무위도식하며 <문학이론입문>에 적힌 글씨들을 잘근잘근 씹고 토하고, 또 속으로 속으로 운다.

시절은 수상하고, 내 마음은 혼란스럽다. 초소 붕괴, 산사태 등에 연일 군인들이 죽고 있다.
슬픈 청춘에 애도를 표한다. 그러나,
"차라리 싸우다가 죽었으면..."이라고 혹독하게 얘기하는 부모의 항의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총으로 누군가 이름없는 전선 반대편의 또 다른 젊음을 죽이고, 죽는다면 값진 죽음이란 말인가.
대체 죽음의 값는 누가 매기기에 어떤 죽음은 값지고, 어떤 죽음은 헛된 것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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