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한 시선으로 돌아보기「해변의 여인」

생경한 시선으로 돌아보기「해변의 여인」

무지 웃기다. 인간,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식인 내면의 치졸함과 쪼잔함을 파고드는 카메라. 고정된 카메라의 롱테이크와 줌인, 줌아웃의 선택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셋이서 팬션에서 소주 마실 때, 김승우가 혼자서 방안에 들어가 야구 중계를 보며 누워있을때, 그리고 "네 이혼했어요. 오래 됐어요." 이렇게 말할 때, 줌인은 참 탁월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때 줌인, 줌아웃이 한번씩 오가는데, 완전히 다른 쇼트가 만들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런 식의 실험은 현대영화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촬영 기법인데 의도가 뭐였을까 궁금하다. 줌인으로 쇼트들을 연결함으로써 느껴지는 생경함? 그러니까 브레히트의 소격효과가 떠오른다. 줌인, 줌아웃이 반복되면서 낯선 느낌이 들고 시선도 멀어지게 된다.

사실 영화를 배울때, 영화에서 '줌인', '줌아웃'을 쓰는 것은 절대 피하라고 말한다. 트래킹샷의 느낌이 자연스럽고 사실적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실제로 줌인, 줌아웃은 영화를 보다가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영화'라는 자각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반면 트래킹은 자연스럽게 프레임 속의 인물이나 사건들, 또는 감상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이 영화 「해변의 여인」에서 홍상수 감독은 과감한 줌인, 줌아웃을 선택했다. 이것은 2시간 내내 반복된다. 그러면서 일종의 법칙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특이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비슷하고 닮다고 느끼는 인물 둘 고현정과 송선미와의 만남을 통해 반복되는 김승우의 모습도 참… 묘하다. 캐스팅 참 잘한 것 같다.

영화 속 사건들과 대화들은 참 '쿨'하다. 쿨하기 짝이 없다. 남성-지식인 또는 현대인들의 허상과 판타지를 비꼬고 조소하는 듯한 시선이 맘에 든다. 달리 할 말이 없다. 어떻게 저럴까. 사랑이라는 말을 무색하고 무방비로 만들어버리는…

"영화에서 느끼는 거랑 많이 다르시네요. 감독님도 그냥 한국남자들이랑 똑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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