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서부영화, 『3:10 to Yuma』

3:10 to Yuma
2007, 미국, 제임스 맨골드 연출
오랜만에 본 서부영화. 올해 미국에서 나와 평론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원작은 엘모어 레오나드의 단편 이야기로 실제 1957년 이 단편을 바탕으로 델머 데이브스 감독이 만든 동명의 서부영화가 있다. 크리스찬 베일이 사막같이 황량한 벌판 위에서 말과 소를 키우는 가난한 농부로 나오고, 러셀 크로우가 마초적인 악당 캐릭터로 나와 동등한 비중으로서 대립한다. 하지만 러셀 크로우의 캐릭터가 너무 강렬하고 둘 사이의 끊임없는 '논쟁'에서 항상 우위를 점하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에 실제 영화 안에서는 러셀 크로우가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수십명을 죽였다고 알려진 서부시대의 흉악범 집단 두목, 악명높은 벤 웨이드(러셀 크로우 분)가 우여곡절 끝에 체포되었다. 웨이드 패거리는 아리조나를 비롯한 서부와 중부 곳곳에서 건설되고 있던 철도를 약탈하던 무리로, 웨이드의 환상적인 총 솜씨로 겁을 모르는 무법집단이었다. '남태평양 철도'를 안전하게 건설해야했던 자본가 버터필드는 웨이드를 유마까지 안전하게 호송해갈 사람들을 모으고, 여기에 가난한 처지로 어떤 총잡이들을 거느린 자본가에게 빚을 져 거의 절망 직전에 빠져있던 댄 에반스(크리스챤 베일 분)가 동참한다.
여기까지 긴박감있지만 제법 느릿느릿한 리듬으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이제부터 벤 웨이드와 댄 에반스의 논쟁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신념과 불신, 그리고 갈등과 고뇌가 둘의 관계를 팽팽하게 이끌어간다. 둘은 서로의 가치에 점점 끌려가게 되고, 결국 중요한 것은 벤 웨이드를 교도소까지 호송하는 것도, 또는 탈출하는 것도 아닌 것이 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삶과 인간, 관계의 가치였던 것이다. 감독은 이야기가 흐르면서 조금 느슨해지면 자칫 엉성하게 풀리기 쉬운 이 묶음들을 철도 자본가, 돈, 댄 에반스의 아들에 의한 세상과 두 가치에 대한 시선에 의해 다시 재배열되고 교차시킨다.
이 영화에 대한 몇몇 네티즌의 평을 보았는데, '남자들간의 우정' 쯤으로 주제를 한정시킨 평가들이 꽤 많았다. 난 전혀 그렇지 않게 생각한다. 러셀 크로우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는 우정 정도로는 해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행동이라고 느낄 때에만 그렇게 할 수 있다. 인간이란 극단적 이타심 조차도 자기 스스로를 위해 발휘한다.
그간 장르영화로서 미국 서부영화 내러티브 안의 주인공이 항상 착하고 두려움도 없으며, 정의의 편에만 서면서 서부 시대를 개척하는 정벌자였다면, 이 영화 <3:10 to Yuma>에서 두 주인공은 돈과 욕망 사이에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이 시궁창같고 전쟁같은 삶을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 고뇌하고 갈등하는, '현실적인' 인간이다. 둘은 비겁해질 수도 있고, 겁쟁이일 수도 있다. 그런 것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 이 영화는, 종국에는 "그렇더라도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에 힘을 실어준다. 구질구질한 삶이며 비겁함과 부정적인 구조로 뒤범벅된 세상이지만, 그 중에서의 작은 희망의 단초를 버리지 않는 것이다. 이 결말을 선택한 것에 지지한다. 이것은 기승전결로 딱 떨어지는 손쉬운 '해피엔딩'이 아니다. 삶의 미약한 원동력을 그럴 듯하게 드러내보이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