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

평생 문학에 문외한이었다가, 요즘들어 계속 문학 서적을 읽고 있다. 오늘은 <고도를 기다리며>와 베케트의 단편집인 <첫사랑>을 읽었다. 종로2가의 커피숍 "뎀셀브즈"에서.
부조리 문학의 정수라고 불리는 이 희곡본은 모종의 순환적 형식을 갖고 있다. 삶은 곧 부조리라는 실존주의적 철학에 기반해있으면서도 다소 미래파 문학과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야기가 뚜렷하고 간결하면서도, 제임스 조이스 소설처럼 자기분열적으로, 내면 안에서 전개된다.
이 희곡은 인간의 삶을 '소외'라는 코드 하나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고도(Godot)이 내일엔 올거라는 사실을 전해주러 1장과 2장 모두의 결미에 소년이 등장하지만, 설사 2장이 끝나고 그 다음날이 온다한들, 고도는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다. 다만, "gogo"라고 불리는 블라디미르와 "didi"라고 불리는 에스트라공은 어제와 다르지 않을 내일을 마냥 기다리며, 기억하지도 못할 오늘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종의 낯설게하기의 효과(소격효과, Verfremdungseffekt)를 유발시키며 전개되지 않을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간다. 때문에 이 희곡은 '교훈극'도, '도덕극'도 아니다. 그 자체로 보여줄 뿐이다.
인간들이 만든 문명도, 삶도, 관계들도 이런 기억되지 않는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자조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상당히 비주얼적으로 상상되는 무대의 이미지라는 게 있다는 것도 놀랍다. 아무나 못쓰는 희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았던 사무엘 베케트는 이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프랑스어로 서술하여, 파리에서 공연으로 상연한 당시부터 대단히 큰 반향을 일으키며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1969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시상식 자리엔 가지 않았다고 한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번뇌 가득한 삶을 스스로 증명하기라도 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