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맞선임이 사랑니가 잇몸을 파고들어가 아퍼죽겠다고 했을때, 3년전 어느날 H와 함께 치과에 갔다가 이빨 수술을 왕창하고서 버스를 타고 돌아올때 우둥퉁 부은 턱을 잡고 울고불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분명히 H와 난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있었다. 잇몸 깊숙히 따갑게 찔렀던 마취가 풀리자 찢어진 잇몸살 주위 전방 5cm 전체가 뜨겁게 타올랐고 살이 에는 듯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그때는 왜 그렇게 H에게 짜증을 내며 울었을까. 세상 모든 게 서럽고, 우리의 관계가 참으로 지리멸렬하다고 느꼈으며, 이런 신세가 참 처량하고 불공평한데다 억울하다고 느껴졌었다.
남원에서 나는, 최근들어 벌써 네번째로 H가 나오는 꿈을 꾼다. 어제는 얼굴이 빨갛도록 취해서 저멀리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쫓아가서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고 그냥 웃으며 저 멀리 사라져버렸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 반대쪽으로 피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