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와 불행

사고와 불행

불행이라는 괴물은 언제 어디서 닥쳐올지 모르는 것이어서, 쥐도새도 모르게, 눈 깜짝할 사이에, 섬광처럼 닥쳐오고, 차창 밖에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쾌쾌하고, 타이어 불타오르는 냄새처럼 역겹고, 숨 가프고, 슬프고, 하이에나떼처럼 몰려오는 렉카 기사들처럼 경멸스럽고, 뼈저리게 후회하는 내 마음처럼 지리멸렬하며, 아프고, 뜨겁고. 저 피, 저 피... 파도치는 숨의 그래프, 응급실의 날카로운 긴장감, 보호자의 예리한 눈빛, 경찰관들의 무사안일한 마음, 나의 맹한 머리. 은교의 눈물, 아버지의 머리, 눈, 허리굽힘, 쓰라린 마음, 한숨소리, 슬픈 눈, 절망스러운 표정.

나는 내 불행이 너무나도 원망스럽고 또 경황없이 닥쳐와서, 그것이 참으로 서럽게 느껴졌다. 900여km를 달리고 또 달리며 버텨서 거의 앞까지 다다랐는데, 겨우 고작, 300m 앞에서 이 불행을 맞이한 것이다.

내 강박증, 마음의 병, 부채의식. 마치 그날 새벽,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회의실에서 5년만에, 단 두번째로 만난 옛 동지와의 담화에서 나눈 그 감정이 불타는 연기와 찌그러진 자동차, 하이에나떼 같은 렉카들, 제 할일에 분주한 교통경찰들의 전쟁 같은 풍경으로 되돌아왔다.

나는 왜 그리도, 그렇게도 악착같아야만 했을까. 나는 왜, 한치의 쉼과 한치의 여유조차도 허락하고싶지 않았던 걸까. 나는 왜 그리도 결병증적으로 미친 마음, 뒤도 돌아보지 않는것 같은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했던걸까.

슬프고 또 슬프다. 내 마지막 20대의 밤이 이렇게 저문다. 단 하루만에 나는 30대, 아니 40대 남자가 된 느낌이다. 내 삶이 경멸스럽다. 구질구질한 강박증이 혐오스럽다. 요즈음 나는 충분히, 불행하다. 가슴이 꾹꾹댄다. 머리는 온통 새하얗고 어지럽다.

내 과거. 변변치도 못하고 구질구질한 지난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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