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송의 『어느 시골사제의 일기』

<어느 시골사제의 일기>Journal D'un Cure de Compagne
로베르 브레송. 1951년작
로베르 브레송은 현대 영화의 최고 거장이다. 그는 순수영화의 완전한 결정체를 이룩했고, 수많은 명감독들, 작가들이 그의 영화들을 자신들의 대작의 전범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거역할 수 없는 클래식을 본다는 것은 아무래도 많이 부담스럽다. 나는 클래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없는가라는 즉자적인 감정에 의해 나 자신의 영화적 역량을 시험하게 하는 의도되지 않은 결론을 내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예컨대, 클래식 영화를 보다가 졸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나는 정말 그런가? 나는 쌈마이인가? 라는 거랄까.
물론 21세기에 사는 내가 클래식을 있는그대로 받아들인다는건 너무 힘들다. 게다가 나는 MTV세대를 넘어 UCC세대아닌가.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는 그래서 어떤 대단히 높은 산의 고지와 같은 영화들로 느껴지는 것이다. 학교 멀티미디어감상실에서 <어느 시골사제의 일기>를 봤다. 중간에 한번 졸았다가 다시 돌려서 보았고, 그랬더니 2시간반이 훌쩍 지나갔다.
이 영화가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글'-이미지와 글을 쓰는 행위 샷은 그 자체로 새로운 구조를 형성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말' 또는 '사운드'를 말-사운드-이미지-영화 등으로 섞여 버무려져있는 순수하지 못한 '영화' 안으로부터 빼내어 순수하게 오직 영화적인 무엇을 찾아 드러내준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마지막 시퀀스에서 느껴지는 어떤 존엄의 기운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신부의 죽음을 죽음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는 알수없는 아우라가 영화에서 뿜어져나오는 것 같았다. 이 영화에서 사제와 죽은 부인, 그리고 사제와 그의 옛 친구가 나누는 대화는 어떤 대구를 이루는 듯 하다. 그리고 그 대구로 구성되는 영화의 아우라들 속에서 시네마토그라프적인 것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이것은 영화인가, 진실인가? 아니면 구원?
"무슨 상관인가..? 모든게 '은총'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