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오르는 것
점점 내 마음 속에서는 무언가가 불타오르고 있다.
도포차림으로 거지죽상을 하고 있는데다 꾀죄죄한 얼굴을 하고 있고, 과거에는 이런 마당 저런 마당에서 저 잘난맛에 살다가 좌절에 좌절, 좌절에 좌절을 거듭하다가 배꼽 안에 꽁하고 묵은 복수심, 자존감, 열정, 야심 따위들을 똘똘 뭉치고 뭉쳐, 마치 단단하디단단한 눈덩어리처럼 뭉쳐, 그 속에 감추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알고 있는것이 있다면, 여지껏 단한번도 만난 적 없고, 앞으로도 절대 볼일 없을 것 같은 '스승님' 또는 '사부'께서 2010년 2월까지는 잠자코 전라도 남원 어느 산 속에 숨어서 도를 닦고 있으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는 기억에도 나지 않는 어느 꿈 속에서 조용히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는 아마 여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이미지도 윤곽도 없는 무형이었다.
거지죽상의 남자는 눈에 보이지 않게, 아주 조용히, 너무나도 처절한 몸부림으로 버티고 있다. 그가 아침 6시마다 달리는 걸음의 뒷꿈치에 힘이 들어가는 이유도 모두 그것이 '수도'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것을 수도로 여긴다. 항상 배꼽 안에서 무언가가 터져나올 것만 같았고, 한겨울 설악산의 어귀처럼 깡깡 얼어버리는 계곡 같았으며, 동시에 지옥불처럼 뜨겁고 금방 터져버릴것만 같은 활화산같았다. 왜 그곳에 왔는지, 왜 그렇게 숨어서 버텨야하는지 모르면서 매일밤 지난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잠에 든다. 그동안 결코 기억되지 않던 말들이 다시 귓가에 왱앵거린다. 꿈은 일상과 합치되어 책들 속에서도 꿈틀댄다.
급기야 오늘은 날뛰는 글씨들이 배꼽 속 덩어리 안으로 박혀오지 않는다. 오늘은 태우고 사르고 분출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분 처음이다. 하아.. 이 많은 에너지와 열정들이 모아지고 모아져서 사그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조심해야지. 정말 뜨겁고 무거우니까.
나 조차도 이해할 수 없기에 이 이상 뭐라고 형상화하지도 못하겠다. 뭔가 자꾸 내 속에서 불타오르고 있다. 내 배꼽 안과 심장과 뇌와 두 종아리가 뜨겁다. 두 발바닥이 불길 위를 걷는 듯하다! 2010년에는 에네르기파를 쏠 수 있게 될까? 아니면 축지법? 불꽃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