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마더』

봉준호의 『마더』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 봉준호의 새 영화란, 나 같은 영화매니아이건, 단순히 여가를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이건, 누구나 기대한다. 예술성과 관객성,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보란 듯이 사로잡으며, 그 두 마리 토끼의 쥐 죽은듯한 덩어리들을 내미는 그. <마더> 역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초청으로 칸느 국제영화제에 다녀왔으며,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서 결국 오늘 5월 28일 개봉했다. 내일이면 부대에 복귀해야하는 처지이지만, 지난밤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도 나는, 예매한 9시반 조조 티켓을 들고 피카디리극장으로 향했다.

나에게 이 영화 <마더>는 정말 압도적인 영화이다. 그의 두번째 장편영화이며 오늘날까지 한국영화사상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살인의 추억>과 비견되기 쉬운 <마더>는 모성과 광기에 대해 집중하고 파고드는 강력하게 흡입력있는 이야기를 갖고있다. 나처럼 이야기에 대해 별 정보 없이 영화를 본 이들에겐 시선과 정신의 압도적인 지휘를 받게 되는데, 나는 정말 몸 둘바를 모를 정도로 몸서리치며, 하루종일 심란한 기분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스포일러 공개가 곧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이들에겐 치명적인 재미반감의 단서가 되는만큼, 그것에 대해 아직 말해선 안될 것 같다. 다만 하고싶은 말은, 이 영화의 첫번째 씬과 마지막 버스씬은 정말 기가 막혔다는 것이다. 그것 하나로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무엇을 이야기하거나 예견할 수 있다. 그녀는 만인의 '엄마'와도 같은 위상을 갖는데, 마치 죄 많은 시대의 죄 많은 이들의 죄를 온전히 홀로 들싸안고 산화하는 이미지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 희생의 제의를 올린다. 그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가득찬 기이한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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