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순응자』

「순응자」The Conformist, Il Conformista
이탈리아, 1971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장-루이 트래티낭 주연

1930년대 파시즘 치하의 이탈리아. 마르첼로라는 한 남자의 삶을 통해 그 시대의 풍경과 인물을 그린다. 마르첼로는 그저 보통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동성애와 게이 장교로부터의 성폭력의 경험, 그리고 살해의 경험. 이런 것들이 그의 머리 속을 괴롭힌다. 그 때문에 보다 더 강렬한 욕망으로 평범한 삶을 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에겐 대학시절 파시즘을 비판하던 스승조차도 애증의 기억으로 남을 뿐이다. 그가 갈구하던 무언가를 채워주지 못한 스승으로, 그럼으로 인해 파시스트당의 비밀경찰이 되기까지의 타협까지...
그러나 그가 파리에 망명간 옛 스승을 찾아 죽이려 했을때, 그가 부딪힌 것은 사랑이었다. 교수의 애인을 만나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강렬한 반파시스트 공산주의자이다. 카메라는 마르첼로의 인간적 고뇌에 주목한다. 특히 마르첼로와 그의 어린 아내가 교수와 그의 애인(마르첼로의 은밀한 정부)과 함께 댄스 파티장에 갔을때의 장면은 인상적이다. 사람들이 흥겹게 줄을 이어 춤을 출때 마르첼로는 고독하게 떨어져서 고뇌하며 그들을 구경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그때 그가 느꼈음직한 결코 저 보통 사람들의 행복의 무리에 합류할 수 없다는 고독함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하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젊은 좌파 감독이었던 베르톨루치가 한 시대의 비극적 삶에 대해 관찰하는 영화이다. 그의 초기 영화들에는 마르크시즘, 누벨바그적 감성, 네오리얼리즘 비스콘티의 스타일, 동성애와 파시즘 시대에 대한 고찰 등 모든 것이 담겨져 있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이후 베르톨루치의 변절이라고도 불리워지는 할리우드 진출 이후의 영화들과 그 이전 영화들의 경계지점이 될수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뛰어난 이유는 비스콘티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부르주아의 부조리와 모순적 감정을 따라가 세밀하게 탐구하면서도 정치적 색채를 놓지 않는 태도 때문일 것이다. 그 경계를 잘 지켜낸듯 하다. 카메라워크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한 시대에서 타협하고 순응하게 되는 사람들 대부분은 우울하고 비극적인 삶을 살았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 같다. 그러나 너무 사실적이어서 정말 1930년대에 찍었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이다. 그는 계속 배신하고, 스스로에게 다른 위안을 만들며 버텨오지만, 결국 그에게 남은 것은 끝없는 공황뿐이다. 게이 친구도, 사랑하던 애인도, 존경하던 스승도 모두 버린 남자.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소격 효과가 영화의 스타일과 잘 조합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