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같도 또 다른 고민 『뜨거운 것이 좋아』

「뜨거운 것이 좋아」
권칠인 감독
이미숙 김민희 안소희 주연
한 집에 사는 세 여성이 있다. 40대의 영미(이미숙), 서른살 아미(김민희), 여고생 강애(안소희). 셋에게는 각기 다른 층위의 고민이 있고, 그 고민은 이 험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동시대 여성들이 갖는 그런 고민들이다. 영미에게는 폐경 이후의 상실감과 새로운 사랑, 아미에게는 결혼과 사랑, 그리고 강애에게는 동성애와 사랑이다. 영화는 각기 다르게 작동하는 고민과 좌절, 방황을 얼기설기 잘 엮어놓는다. 그 마주침과 충돌의 공간은 셋이 함께 사는 집이며, 그 집에서 밖으로, 밖에서 다시 집 안으로 끊임없이 수렴과 발산의 과정을 겪는다.
무엇이 잘 사는 것일까? 잘 모른다. 옳은것은? 현실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좌절하는 세 여성을 통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동시대 여성들의 복잡한 삶을 그리고 있다. 설정, 캐릭터, 내러티브 등 남성 감독으로서의 깊은 고민의 흔적들이 옅보인다. 그러나 구조가 강고하게 짜여져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시나리오 작법의 공학같은 것이 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역시 잘 쓰여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감독 자신의 각본, 연출작인 <스카우트>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
더불어 여성이 주인공이고, 여성의 현실과 시선, 처지를 왜곡하고 있지도 않고, 철저히 페미니즘적 시선을 거두지 않고 전개된 영화임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남성 감독의 시선이라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 건 왜일까. 결론이 무난해서? 아니면 연애 관계에 대한 억지 설정들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