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전집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열린책들에서 나온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보급판을 사서 읽고 있다.

500~600페이지씩 되는 책들이 스무권정도나 되는데 이렇게 엄청난 분량의 소설들을 썼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러시아 문학자 석영중 교수에 따르면 도스토예프스키는 경제관념이 부족했고 가난했는데, 평생을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썼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소설들 중에는 평론가들로부터 외면받은 범작들도 많다. 서사성은 거의 부재하고 인물의 심리묘사에 치중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며, 개중 어떤 소설은 거의 희곡이라고 쳐도 아무 문제없을 대화만으로 이루어진데다 과장되어진 문체의 풍자적 소설도 많다.

실은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읽는다는 건 엄청난 고역이다. 왠만큼 집중하지 않으면 머리속과 피부 속으로 그 느낌이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몇번씩이나 다시 페이지를 넘겨서 읽곤 하였던 것이다. 그나마 칭송받는 작품들인 <까라모조프 씨네 형제들>이나 <죄와 벌>은 인간사의 흥미롭고 논쟁적인 화두들(요컨대, 기독교, 사회X의, 국가, 결혼, 여성, 윤리, 가난, 돈 등)을 두고 벌이는 논쟁들이 많이 담겨있어서 그 엄청난 두께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문제는 다른 잡글들이다. 별 생각없이 썼음에 틀림없는 상념에서 시작된 잡글도 상당수다. 이런 수양이 나중에 어떤 도움이 되긴 하겠지? 어서 도스토예프스키랑 작별하고 고리끼와 만나고 싶다. 이미 '알라딘'에서 고리끼의 <어머니>와 <고리끼 단편선>을 장바구니에 넣어놓았다. 고리끼 다음은 체홉이고, 체홉 다음은, 영국으로 넘어가서 애드가 앨런 포와 제임스 조이스이다. <우울과 몽상>과 <율리시스>, 그리고 <더블린 사람들>이 관물대 깊숙히 꽂힌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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