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또예프스끼 전집2 - 뻬쩨르부르그 연대기 외

2008년 1월 30일. 열린책들에서 출판된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중 두번째 권을 읽다. 앞으로 입대전까지 2개월정도 안에 전집을 모두 읽는걸 목표로 하였다. 요즘들어 영화만 보느라 책을 거의 읽지 않았는데, 앞으로 소설 명작들을 중심으로 읽으려고 한다. 사회과학, 인문학, 철학 서적은 이것저것 많이 읽었지만 문학 작품은 거의 멀리하다시피 해왔는데, 당분간 문학에 관심을 가져야할 것 같다.

두번째권에는 도스또예프스끼 초기의 중단편 네 작품이 실려있다. 「쁘로하르친씨」,「아홉통의 편지로 된 소설」,「뻬쩨르부르그 연대기」,「여주인」으로, 이 중에 두 작품은 작품 발표당시 혹평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전대의 작가들의 문체와 형식을 그대로 베꼈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것이다. 도스또예프스끼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네 작품의 공동점은 대체로 읽기 수월하지 않다는 점이다. 형식적으로 자유롭고 대체로 인간 내면의 감정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사건 중심으로만 전개되는 소설들과는 달리 난해하게 읽힌다. 그리고 다른 공통점 하나는 네 작품 모두 뻬쩨르부르그라는 러시아제국 후기 대도시의 우울한 일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물들은 관계맺음에서 비관한 상태에서 등장하며, 끝까지 비관하다가 단절의 상태로 끝난다. 그러나 그것은 '비극'이라는 껍질을 두르지 않고, 그저 씨니컬하게 그런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끝나버린다. 도스또예프스키의 어떤 철학적 지평이 드러나는 지점인 것 같다. 역자는 역자 서평에서 이 네 개의 초기 중단편들이 도스또예프스끼의 유토피아 사회주의적 철학의 면모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는데, 보여준다기 보다는 철저히 비관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이 시기를 전후로 그가 유토피아적/공상적 사회주의 사상(동시대인인 칼 마르크스는 1848년 발표한 '공산주의자 선언'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과학적 사회주의로 칭하며 그때까지의 공상적 사회주의 사상들과는 구분했다.)에 심취해있었다면 아마도 이런 비관 속에서 정립된 의지적 사상 내지 심리의 반영이 아닐까 싶다.


「쁘로하르친씨」
- 어느 하급 관료의 이야기이다. 남의 말에 엄청나게 신경쓰는 쁘로하르친씨가 자신이 해직될 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듣고는 그날부터 암흑같은 괴로움에 휩쌓인다. 그리곤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병들어 미쳐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의 낡고 허름한 침대 아래에 엄청난 돈이 숨겨져있는 것을 다른 하숙인들과 하숙집 주인이 발견하는 과정의 이미지들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우스꽝스럽게 장식한다.

「아홉통의 편지로 된 소설」
- 말 그대로 친구 간에 오고간 아홉통의 편지들로 구성된 소설이다. 둘은 뻬쩨르부르그에 사는 친한 친구 사이였으나, 돈 문제로 인해 점점 오해를 쌓고, 서로에 대해 의심하게 되고, 결국 불신한 나머지 의를 단절한다. 도시인의 허망한 관계맺음과 '돈', 욕망에 대한 풍자로 느껴진다.

「뻬쩨르부르그 연대기」
- 뼤쩨르부르그라는 도시의 풍경을 1인칭 작가 시점으로 그려낸다. 문체가 이미지화되어 우중충하게 펼쳐진다.

「여주인」
- 150여쪽이 넘는 중편 소설이다. 사건들이 인간의 격정적 감정들과 함께 거칠게 이어진다. 그래서 가장 재밌게 읽었는지 모르겠다. 한 인간의 소외의 감정에 대해 격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결국에는 삶이라는 것이 모호하고 몽환적이듯 모든 감정, 사건들은 해명되지 않고 모호하고 몽환적인 채로 끝이 난다. 악몽과 같은 이야기다. 이 소설을 읽고, 영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Subscribe to 작은 불씨가 들판을 태운다

Don’t miss out on the latest issues. Sign up now to get access to the library of members-only issues.
jamie@example.com
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