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연극 『라이어』를 봤다

지난 10일 대학로에 가서 연극 <라이어>를 봤다. 연극은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이 대학로의 유명한 연극은 처음이었다. 이 작품은 대중적인 호응을 끌어 12년의 장기공연으로 이어지고 있는 작품이다. 그만큼 극적 재미를 갖고 있는 요소가 많고 또 코미디적인 요소가 많다. 영국의 극작가 Ray Cooney의 작품.
택시운전사인 존 스미스는 사실은 양가살림을 하고 있었다. 치밀한 스케쥴 관리에 의해 윔블던가와 스트링햄가에 각각 살고있는 두 부인에게 각각 거짓말을 하고 제 시간에 맞추어 집으로 돌아가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술을 마시고 사고가 나서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게 되었다. 스트링햄의 바바라와 함께 있어야할 시간에 메리와 함께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고, 윗층에 사는 친구에 이 사건에 맞물리게 되면서 존 스미스는 거짓말을 '지키기위해' 거짓말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 연쇄를 이어놓기 시작한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상황을 몰아넣고 또 궁지로 몰아넣지만 거짓말의 연쇄를 만들어내지만 극적으로는 재미의 요소이다. 이 거짓말의 끈들이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사건' 그 자체, 그리고 어떤 미묘한 긴장감이 이 작품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것 같다. 관객은 본래 거짓말 자체의 에너지에 매력을 느끼는 존재여서 거짓말이 계속해서 유지되기를 응원하며 극에 빠져든다.
무대는 단 하나의 세트로 유지되는데 벽 같은 것으로 경계지어지지 않은 채로 두 공간으로 나누어져있다. 두 공간의 문은 각각 교차되는 지점에 위치해있어서 배우가 무대 위에서 들어오고 빠지는 순간마다 교차하는 움직임을 보여줌으로써 어떤 산만한 이동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 작품이 갖고 있는 극적인 리듬과 잘 어울리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또 양쪽에는 각각 문이 있는데 왼쪽문은 바바라 집의 침실이고, 오른쪽 문은 비교적 가난한 메리의 집의 주방이다. 또 한편 이 방은 바바라의 집의 주방이기도 하다. 또 무대 한 가운데에는 쇼파가 있는데 두 집 모두의 쇼파이기도 하고 그 양쪽 테이블에 각각 놓여있는 전화기는 각각 바바라와 메리의 전화기이다. 이 때문에 한 공간 안에 두 상황이 맞물려 돌아가게 되고 배우들이 여전히 한 공간 안에서 자기 공간의 상황을 갖고 이질적인 감정의 교차를 겪는 '대조'를 전시한다. 이 점이 또 재미있다. 한 쪽에서 이루어지는 거짓말로 인한 오해가 다른 한쪽에서는 또 다른 오해의 변주로서 작동되는 상황이 있는 그대로 '동시에' 보여짐으로써 관객은 웃고 또 몰입하게 된다. 이 연극의 성공요소가 드러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