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편의 단편영화 - 방황하는 20대들

다섯편의 단편영화 - 방황하는 20대들

youefo.net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영상원 선배들이 만든 단편영화 다섯 편을 봤다.

<담배 피우기 좋은날>, 정진영
<유년기의 끝>, 김재원
<낭만은 하릴 없으나>, 김나영
<승아>, 김나영
<열대병>, 여인원

이렇게 다섯 편. 2006년에서 2007년에 걸쳐 만들어진 이 영화들 모두 일관된 세대적 정서를 지니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김나영 선배의 두 영화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 두 영화는 몇개의 코드로 연결되어있었다. 하나는 감독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배우 장정애, 그리고 한 찌질한 '옛 남자' 이명행의 연속된 출연. 그리고 둘째는, 일그러지고 비뚤어진 '대상'을 향해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에 대한 일종의 자조 섞인 비난. 셋째는 20대후반~30대초반 여성의 외상적 중핵. 모두 '무'(nothingness)를 갖추지 못한 '남성'에 대한 거리감과 상처가 드러난다. 2006년작 영화 <승아>의 주인공 '승아'는 이런 외상을 아직 깊숙한 곳에 묵혀두고 떨치지 못한 채 괴로워하는 여성이다. 한 아이의 엄마이며 식당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이고, 아이의 아빠였던 남자로부터 "지긋지긋"한 삶의 고단함을 느끼고 있다. 그녀가 혐오하는 대상으로서의 '아버지'는 이런 남성들의 모든 찌질한 행태를 종말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인데, 여기에 어떤 떨칠 수 없는 애증이 담겨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노인들이 계속해서 영화의 '공기'처럼 등장하는 것이 이 영화에 어떤 죽음의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것만 같다. 그리고 두번의 섹스 씬에서의 칠흑같은 인상까지.

<낭만은 하릴 없으나>에서 <승아>에서 아이의 아빠였던 배우 이명행이 다시 등장해 술에 취한 노숙인으로 등장하여 "아파, 아파, 여기저기 다 아파"라고 말하는 것에서는 연출자의 어떤 시선이 느껴졌다. 여성들에게 결국 가혹한 상처를 안겨주었으나 결국 남성 일반 스스로도 치유하지 못한채 방황하고 비참하게 비틀거리는 모습들을 보며 삶의 비루한 애정을 느끼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삶을 사랑한다한들, 결국에는 전반적으로 비관적인 정서를 유지하는 것을 볼때, 오늘날 20대-30대들이 지니고 있는 극복 불능한 것처럼 보이는 난관을 세계관 자체로서 드러내준다.

<유년기의 끝>과 <열대병>은 아직 철들지 못한 젊은 세대 남성의 방황을 보여준다. 해답을 찾고 싶어 미치겠으나, 아직 방황이 어디로 향해야할지 모르겠어 고군분투하고 울분을 토하며 결국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이 여전히 기성세대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방황하는 20대 남성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찌질함을 너무도 잘 아는, 그래서 더 스스로를 혐오할 수 밖에 없으며, 그리고 동시에 저들 아버지-세대가 결국 미래의 자신들의 모습이라는 사실에 경악할 수 밖에 없는, 젊은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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