닙치된 도시에서 길찾기

닙치된 도시에서 길찾기

기후위기는 최소한 우리의 세대는 건너 띄는 문제처럼 인식되고, 그러니 우리는 조금 불편해진 마음으로 ”우리 가족에겐 아니기를“ 하는 마음으로 살지만, 실은 눈에 띄게 우리 앞으로 다가와있다. 그럼에도 기후위기에 대해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강구되지 않는 것은 권력을 쥐고 있는 자본가들에게는 여전히 화석연료 배출을 통한 지속적인 이윤 획득이 중요하고, 북반구 선진국의 상위 10% 시민들에겐 슬픈 재난의 스펙타클 쯤으로만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 이는 끔찍한 재난의 일상화로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은 자동차가 지배하는 도시의 이동의 위기와 기후위기를 논한다. 도시가 자동차와 차로에 의해 점령된 오늘날, 그리고 해외여행이 가장 좋안 여가로 인식되는 북반구 제국적 생활양식이 깊숙하게 자리잡은 수도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화석연료 배출을 유발하는 이동의 욕망을 드러낸다.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 중에서 에너지 부문과 산업 부문은 어찌됐건 투쟁의 방향이 있는 듯한데, 교통 부문에서는 아직 나부터가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저자는 줄어들 기색이라곤 보이지 않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교통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를 가리키며, 오늘날 이동의 위기가 이동을 열망하는 마음, 그것을 자동차 지배라는 형식으로 분출시키는 교통체계에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점점 더 큰 차가 지배하도록 내버려두는 도시로 잘못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돌아가야 할지 난감해진다. 저자의 대안은 도시를 자전거나 개인용 이동수단, 도보를 통해 일상적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편하고, 자동차에 의한 도시 지배를 몰아내는 것에 있다. 즉, 자동차 주행거리 자체를 현저하게 감축하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공공교통 정책부터 주택 정책, 도시설계, 조세 제도 등 모든 것이 일관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어려운 문제인데, 아무튼 균열과 실천, 다양한 논의 모두 필요할 것 같다. 가령 김진태의 강원특별자치도 개정안, GTX노선, 따릉이 요금 인상 등등… 모두 연결되어 있다.

솔직히 형이상학이나 실재론 전혀 관심 없고, 브뤼노 라투르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취향이 진리를 압도하는 시대에 취향으로 고민을 쫑내고 싶진 않고, 발가락 한 개 정도는 걸쳐본다. 읽으면서 많이 배웠다.

#납치된도시에서길찾기 #전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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