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소설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의 장편소설 <밤은 노래한다>를 읽었다. 1월 25일~26일. 이 소설 역시 얼마전 부대에 뚝 하고 떨어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문학작품 수십여권 중 한 권이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들은 멍청한건가요, 아니면 예술작품의 위대함을 모르는건가요. 뇌의 한쪽 부분이 파먹혀서 썩어들어간건가요 가는 귀가 먹은건가요. 오늘은 파시스트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이 소설은 1930년대초반 간도 땅에서 벌어진 민생단 사건을 역사적 배경이자 소재로 삼고있는 역사소설이다. 그리고 한편 이 소설은 한 변화해가는 남자와 역사의 비극 속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했던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이다.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운명과 운명에 맞선 혁명가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낮 이후에 찾아온 깊고깊은 오랜 밤의 슬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읽는 그 순간부터 책을 덮을때까지 나는 책을 놓을 수 없었다. 군대에 와서는 한달에 8,9권씩 닥치는대로 책을 읽어대고 있었지만, 이런 책을 읽고나면 도저히 그 후로 며칠간은 책을 읽을 수가 없다. 이 소설은 그런 것이었다. 김연수라는 작가를 처음 접한 나는 김훈이나 황석영 같은 대작가들에 대해 갖고 있는 정도의 격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아직도 이 소설의 여운에 사로잡혀있는 나로서는 김연수는 그들보다 더 나은 작가이다. 그는 아직 젊고, 삶 앞에 도전적이며, 소설의 문체가 지닌 내면적 힘 자체로 급진적인 무엇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견결하고 깔끔한 문체. 건조한 감정 묘사. 그리고 숨막힐듯이 조여드는 서사 전개까지. 게다가 비주얼적인 면모도 갖고 있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어서 읽고 싶다. 그가 이 소설을 쓰고나서 오랫동안 완성하지 못하며 괴로워하다가 완성하게 된 계기를 쓴 작가의 후기를 보았을때에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는 멋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저런 보이지 않는 눈들의 검열이 두려워 이런 정도로만 글을 쓸 수 없는 내 처지가 안타깝다. 작가에게 무한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