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그의 연극 『엑스트라 연대기』

그린피그의 연극 『엑스트라 연대기』

오늘 플랫폼c 문화소모임에서 여러 비회원분들과 함께 연극 <엑스트라 연대기>를 봤다.

이런 종류의 연극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꽤 낯설 수 있을 것 같다. 연극 관람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커튼콜'이라는 형식적 절차가 없으면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 없다. 이 연극에게는 그런 게 없다. 공연이 시작됐을 때에는 누구나 이것이 공연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충분히 납득하며 받아들이지만, 시간이 흘러 후반부로 가면서는 점차 그 경계를 스스로 무너뜨린다. 강주룡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흰 옷을 입은 여성은 공연 내내 전봇대 위에서 100년이라는 역사 속에서 드러나는 역사적 저항 뒷면의 보이지 않는 장면을 관찰하고, 말 없이 이를 관찰하면서 100년의 시간을 이해한다. 저항 서사가 기승전결의 국면을 마무리지으면 어느새 세상은 이 엑스트라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하지만 사실은 그 엑스트라들은 그곳에 있었고, 그들의 저항은 '있었던 일'(사건)이다. 누군가 대왕오징어를 빌어 말했던 것처럼, 있었던 일을 없었던 것으로 해버릴 순 없는 것이다.

점거 투쟁은 임팩트가 매우 강한 사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두가 그것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받아들인다. 이 연극은 그런 관성에 대한 저항이다. 강주룡의 유령이 '모든 것을 이해했다'며, '이제는 알 것 같다'며 공연장을 빠져나갈 때, 우리는 모두 어안이 벙벙하다. 그러나 <엑스트라 연대기>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엑스트라들의 연대기만큼은 커튼콜이 어불성설이고, 경계가 희미해진 이후에도 그 '있었던 일'들을 없었던 것으로 취급할 순 없다. 이 극은 모든 게 없었다는 듯이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외침이다.

정치적인 글을 쓰는 사람들이 또렷한 대안을 말하기 어려울 때, "정치적 상상력" 같은 말로 얼버무릴 때가 많다. 그럴 때 사람들은 속으로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그럼 니가 말하는 그 정치적 상상력이란 게 뭔데?" 라고 물을 것이다. 가령 <엑스트라 연대기>는 그 정치적 상상력을 치열하게 시도한 일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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