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얘기하지 않기
11일까지는 휴가나온 군인이다. 호남선 기차를 타고 용산역으로 올라오며 내가 다짐한 것은 군대 얘기 하지 않기이다. 휴가 나온 군인은 재밌는줄 알고 군대 얘길 하지만, 사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재미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아주 잘 알고 있다.
아직까진 그걸 잘 지키고 있다. 물어봐도 대충대충 대답하고 넘겨야지. 사실 별로 할 말도 없다. 상상력과 감성이 메마른 장교들에 대한 얘기들과 매일매일 똑같이 진행되는 권태로운 일상에 대한 얘기들은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의 억압에 지친 민간인들에게 아무런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장교들이 군대 밖을 나오면 대중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또 이 세상이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인간들로 취급받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재미도 없고 심심한 인간들 뿐이며, 그들의 글쓰기란 자유롭고 상상력넘치지 못하고 '양식'과 비문 투성의 일본어 번역투의 문체들 안에 갇혀있으며, 그들의 문화란 고작해야 '상명하복'과 마초문화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군대 얘기 대신, 책과 영화, 기억, 그리고 꿈들에 대한 다른 얘기들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이의 고민과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휴가라는 시간까지 재미없는 군대의 문화가 지배해선 안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