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결투』 |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황야의 결투』 |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보름여만에 서울아트시네마에 갔다. 오늘은 존 포드John Ford. 영화관에서 존 포드의 영화를 처음 보는 거였고, 또 오늘 본 두 영화 모두 처음이었다. 모두가, 모든 거장들이, 존 포드에 대하여, "위대하다!"고 말한다. 책들에서, 자서전에서, 인터뷰기록에서. 그럼 난 "그렇구나. 위대하구나"하고 생각하며, "대체 얼마나 위대하길래."하고 생각할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만든 고다르Godard가, 에릭 로메르가, 자끄 리베뜨가 존 포드를 그토록 찬양했으니, 말 다했지. 영화관에서 필름으로는 그 존 포드의 영화를 처음 보았다. 이름도 참 간명하지. 거장의 이름답구나.

오후4시에 상영한 영화는 <황야의 결투>였다. 원제는 My darling Clementine. 어린시절 한나앤바바라스 만화영화 시리즈에 나오던 노래다. 헨리 폰타Henri Fonda 주연의 이 영화는 그가 자신이 사랑하게 된 여인 Clementine을 애상적으로 떠올리는 노래로서의 "my darling clementine"을 서사화시킨 것처럼 느껴지는 영화다. 광활한 사막 위에 툰크톰(?)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 야만에서 문명으로의 이행 지점의 어떤 찰나,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순간 그 자체. 공동체가 파괴되거나 혹은 이어서 곧 새롭게 생성될 것처럼 느껴지는 경계 지점. 그 경계선의 영화이다. 나중에 저녁7시에 했던 영화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가 끝난 다음에 진행됐던 시네토크에서 영화평론가 김영진이 한 가쉽 이야기 중에 하나가 절묘하게 연결된다. 언젠가 스티븐 스필버그가 어린 시절에, 그러니까 10대 시절에 영화감독이 너무 되고싶어서 헐리우드로 갔다고 한다. 아마도 어떤 텔레비전 스튜디오 같은 곳에 갔던 모양이다. 그러자 그쪽에서 저기 저쪽에 영화 스튜디오쪽에 가면 John Ford라는 거장이 있으니 그쪽에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스필버그는 바로 존 포드에게 가서 면담 요청을 했다. (스필버그도 참 대단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존 포드가 단 1분만 시간을 내주겠다고 하고는 스필버그를 들여보냈다고 한다. 10대 스필버그가 묻길,

"영화감독이 되고싶은데 영화감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그러나 존 포드가 대답한다. "저기 저쪽 벽에 걸려있는 그림 보이지?" - "어느 거요? 저거요?" - "그래 그거 말야. 아니 그거말고 저거 말야." 그것은 어떤 사막 지평선을 담은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옆의 그림도 보이지?" 그것 역시 사막 지평선이 그려진 사진이었다. 하나는 지평선이 위쪽에 걸려있고, 또 다른 하나는 구도 아래쪽에 걸린 것이었다. 어리둥절해하는 스필버그에게 존 포드가 말하길,

"저 지평선과 저 지평선 사이에서, 어느 지점에 지평선을 걸어야할지 알게 되면, 영화감독을 할 수 있는거야. 됐지? 나가봐."

그 말을 들으니 다시금 영화 속의 지평선이 상기됐다. 대단히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는데, 너무 그럴듯하고 상투적이어서 사실은 아주 은밀하게만 기억 저 편에 머무르게 될 그런 장면이었다. 그 지평선 너머로 더 넓게 펼쳐진 사막이 있고 지평선 아래는 모두 사막이다. 그리고 지평선에 걸린 선인장들이 보인다. 그 너머에서는 누군가 외로운 총잡이들이 말을 타고 달려올 것만 같다. 요컨대 <황야의 결투>는 지평선에 대한 영화이다. 사실은 이 제목보다는 이라는 다소 애상적이고 센티멘탈하며, 약간 남성적 시선의 마초적 향수까지 풍기는 제목이 역시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에서 여러 장면들이 인상적이었지만, 셰익스피어의 <햄릿>중 한 구절을 낭독하는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떠돌이 '비극'배우로 등장하는(오른쪽 사진) 알코올 중독자 같은 이가 술집에서 이 구절을 낭독하는데, 너무 멋있었고, 또 절묘했다. 이 영화의 어떤 주제, 궁극적 타격 지점을 알려주는 것 같다. 여기에는 방해꾼들도 있고 또 이 구절을 절실하게 외우고 있는 닥 할러데이가 있고, 또 그의 낭독을 지켜주면서 그 배우를 꼭 극장으로 데려가야하는 보안관 와이야트(헨리 폰다)가 있다. 이 충돌되는 인물들이 모두 이 낭독을 듣고 있다. 그리고 에너지틱한 목소리로 낭독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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