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계곡은 푸르렀다』 | 마을사람들의 합창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하고 있는 시네마테크와친구들영화제(~2. 28)에서 보았다. 영화가 끝나고 김영진 평론가와의 시네토크 시간이 이어졌는데 역시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존 포드에 대한 이런 저런 가쉽 이야기로 가득찬 시네토크 시간이었다. 뭐 나쁘지 않았다. 존 포드라는 텍스트 자체가 어쩌면 가쉽으로서 구성되는 감독이 아닐까 싶다. 영화 역시 좋았다. 굉장히 슬펐고, 사실적이었고, 뜨겁고, 유쾌했다. 그러나 역시 마지막에는 굉장히 슬펐고, 또 종교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별 수 없다. 존 포드를 이제야 알게되어 너무 안타깝다. 그러나 나는 전에 다른 이들을 알아갔던 시간을 가졌었으니 괜찮지, 뭐.
아일랜드계였던 존 포드가 자기 정체성의 근원을 따라가보기 위해서 만든 영화처럼 느껴진다. 아일랜드의 어느 탄광촌에 살았던 한 가족의 이야기이고, 전체적인 나레이션은 꼬마아이의 어른이 된 이후의 목소리처럼 느껴지는 목소리로 진행된다. 이 영화에는 구석구석 유머와 익살스러운 배우들의 몸짓,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존재하지만, 또한 동시에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위선적인 인간들, 험담하길 좋아하는 인간, 억압자, 부르주아 등 다양한 인간군상이 존재한다. 캐릭터들이 제각각 모두 하나하나 살아있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한 공동체가 '역사'라는 것 속에서 어떻게 변모했으며, 또 어떻게 재구성되었고, 동시에 어떻게 해체되었는가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다. 아일랜드 탄광촌의 이야기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근원적으로 어떤 억압에서 출발했는가를 감지하게도 해준다고 느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을사람들이 패밀리의 집으로 몰려와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 굉장히 연극적이고 인위적인 장면이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처럼 느껴진다. 김영진씨는 이걸 보고 존 포드 영화에서의 일종의 ritual의식이라고 말했는데 확실히 <황야의 결투my darling clementine>에서나 이 영화 에서나 그런 의식적인 장면이 부각되어 드러난다.